
이번 3주 차 수업의 핵심 주제는 바로 크래프트 맥주의 영혼, '홉(Hops)'이었다. 수제 맥주집 메뉴판을 보면 유독 IPA 종류가 엄청나게 많은데, 결국 이 홉을 몇 종류나, 어떻게 섞어 쓰느냐에 따라 맥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1. 홉(Hop)에도 국적이 있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약 400여 종의 홉이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종자 교배를 통해 새로운 홉들이 탄생하고 있다. (개발 초기에는 'HBC394'처럼 암호명으로 불리다가, 정식 출시되면 고유한 이름을 얻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정통 맥주를 만들려면 해당 맥주 스타일 국가의 홉을 쓰는 것이 기본이다.
- 독일: 할러타우, 테트낭 (풀, 허브, 꽃 향)
- 체코: 사츠 (스파이시함)
- 미국: 시트라, 모자익, 심코 등 (열대과일, 시트러스)
- 영국: 이스트 켄트 골딩, 퍼글 (나무, 흙, 홍차 느낌)
2. 미국 홉이라고 다 과일 맛이 나는 건 아니다
그동안 나는 '미국 홉 = 망고, 자몽 같은 열대과일 팡팡!'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크리스탈(Crystal)이나 윌라멧(Willamette) 같은 미국 홉들은 오히려 독일 노블 홉처럼 차분한 허브나 꽃 향을 낸다. 반대로 독일 홉 중에서도 만다리나 바바리아(Mandarina Bavaria)처럼 과일 향을 내는 변종들도 있다.
무조건 "미국 홉이니까 Hazy IPA에 다 때려 넣자!" 하면 안 된다는 아주 중요한 팩트를 배웠다. (원하는 홉이 품절일 땐 'Hop Substitutions'를 검색해 호환되는 대체 홉을 찾는 요령도 생겼다!)
3. 끓일 때 뚜껑을 덮으면 안 되는 이유 (DMS)
맥즙을 끓일 때 무조건 뚜껑을 열고 끓이라는 주의사항을 들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DMS' 때문이었다. 맥즙 안에 갇혀있는 삶은 양배추나 옥수수 통조림 냄새(Off-flavor)가 수증기와 함께 다 날아갈 수 있게 꼭 뚜껑을 열어둬야 한다.
4. 홉의 형태와 '드라이 호핑(Dry Hopping)'
수확한 생 홉(Wet Hop)은 수분이 많아 금방 썩기 때문에, 보통 24시간 내에 바짝 말려 가루를 내고 압축한 '펠릿(Pellet)' 형태로 쓴다. 부피가 작아 산화에도 강하다.
잎사귀 홉(Whole Hop)은 향 손실이 적고 나중에 건져내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맥즙을 너무 많이 빨아들여서 아까운 내 맥주의 양(Loss율)이 줄어든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 드라이 호핑의 마법:
발효가 한창 진행 중일 때(효모가 가장 활발한 초반 24시간 무렵) 홉을 추가로 투입하는 기법이다. 효모가 홉의 향을 만나 '시너지(Biotransformation)'를 일으키면서, Hazy IPA 특유의 열대과일 주스 같은 풍미를 극한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수업을 듣고 나니 홉의 세계는 상상 이상으로 방대했다. 나만의 레시피를 완벽하게 짜려면, 일단 '싱글 홉(단일 홉)'으로 만든 상업 맥주들을 엄청나게 마셔보며 미각 데이터를 쌓아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 실전! 가장 기대되는 '벨지안 IPA' 양조
이번 주에는 지난 시간에 짰던 나의 야심작, 벨지안 IPA 레시피대로 양조를 진행했다.
| 구분 | 재료명 | 용량 및 투입 타이밍 |
| 베이스 몰트 | 딩게만스 필슨 | 5.0 kg |
| 특수 몰트 | 브리스 카라멜 몰트 | 0.5 kg |
| 특수 몰트 | 브리스 레드 위트 플레이크 | 0.5 kg |
| 홉 (15분) | 시트라 (42g) + 심코 (28g) | 끓임 종료 15분 전 |
| 홉 (0분/월풀) | 시트라 (42g) + 심코 (28g) | 불 끄고 칠링 시 (70도 이하) |
| 효모 | 맹그로브 잭 M47 | 벨지안 애비 (Abbey) 효모 |
가장 공들인 포인트는 바로 홉의 타이밍이다! 쓴맛(60분 비터 홉)을 과감히 빼버리고, 15분 남았을 때와 불을 끄고 칠링으로 70도 이하로 온도가 떨어졌을 때 시트라와 심코를 몽땅 쏟아부었다.
벨기에 수도원 효모(M47)의 향긋함과 미국 홉의 시트러스함이 어떻게 섞여서 나올지, 지금까지 만들었던 맥주 중에 제일 기대가 된다.
이번주도 역시 시음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수업 말미에 원장님께서 코엑스에서 열리는 '키벡스(KIBEX)'라는 거대한 주류 박람회 이야기를 해주셨다. 해외 유명 양조장들도 대거 참여해서 캐리어를 끌고 가서 전 세계 맥주를 싹 쓸어와야 하는 축제라는데,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지만 올해 봄은 세종에서 서울로 강의를 오가는 것조차 벅찬 시기다. 곧 태어날 둘째 맞이 준비로 그 어느 때보다 바쁘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올해는 집에서 얌전히 이론 공부에 매진하고, 내년 박람회를 기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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